"결혼이주여성들, 한국 저소득층 학생 대상 제2외국어 교육 구상"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결혼이주여성들도 이제는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안순화(48) '생각나무 BB센터' 상임대표는 27일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주여성들도 어느 정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주민 자녀 교육도 제 궤도에 올랐다"며 "이제부터는 활동 영역을 넓혀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생각나무 BB센터는 2009년 10월 안 씨와 동료 몇몇이 설립했고 2010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BB는 '이중언어-이중문화'를 뜻하는 영어(Bilingual-Bicultural) 머리글자에서 따 온 것으로 이주민 자녀들에게 우선 엄마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려는 목적에서였다.

이주여성들이 이중언어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이주여성 가정의 자녀도 엄마와 엄마 나라의 언어에 대해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BB센터가 새로 시작하려는 일은 이주민 자녀가 아닌 한국 사회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금은 전국 각지 일선 학교에서 이중언어강사 교육을 받은 이주민들이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교육에 그치고 있다"며 "외국어 공부에 관심이 있지만 경제사정으로 학원에 가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중국어나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또는 영어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BB센터를 만들 때는 안 씨 등 이주여성 3명과 중국 유학생 2명 등 5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회원 수는 19개국 약 900명에 이른다. 회원 구성은 결혼이주여성이 90%, 나머지 10%는 다문화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들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약 70%로 가장 많고 다음은 대략 몽골,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순이며 이 중에는 자신의 나라 언어와 문화를 가르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이들이 있다.

어제도 러시아권 출신 회원들이 교구개발 모임을 가졌고 이미 중국어와 몽골어 등 5개국 언어 교구를 만든 경험이 있다.

안 씨는 "2003년 3월 한국에서 와 한 10년 살다 보니 한국 사회의 문제점도 알게 됐고, 그 중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 유학생들이 표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그가 나고 자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으로 많이 간다는 말을 들은 터여서 한국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하얼빈 중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 하얼빈은 중국 표준말을 쓰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안 씨는 다만 "BB센터 차원에서 한국인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를 사업화하면 훌륭한 교육사업이 될 수 있고, 전국 각지에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이주민들이 강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강사로 활동하며 받는 수고비의 일부를 회비로 내고도 때로는 대표가 사비를 털어야 단체 운영이 가능한 처지라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안 씨는 이주민과 선주민 간의 소통과 대화에도 관심이 많아 연극을 통해 이주민의 애환을 알리기 위해 2009년 5월 극단 '샐러드'를 창단했고 직접 이주여성들의 사연을 캐물어 가며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안 대표가 이중언어와 이중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조선족이면서도 중국 학교에 다녔고, 중국어 배우기에만 열심이었다.

부모는 "민족의 말을 잊으면 안되니 집에서는 꼭 민족의 말을 해야 한다"고 누누이 일렀지만 그는 중국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중국어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부모가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대답을 거부했다.

그는 "누가 한국에 와 살게 될 줄 알았겠냐"며 "겨우 인사말 정도 할 줄 알고 한국에 온 뒤는 이미 후회막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말을 유창하게 한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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