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과거에는 핵을 협상용으로 인식"<美전문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북한 김일성 주석이 북한을 개방하면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임스 퍼슨 연구원은 24일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과거 기록을 통해 북한 국제관계 등을 분석하는 북한국제문서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퍼슨 연구원은 "북한은 1949년 설립된 동유럽경제상호원조회의에도 의도적으로 가입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개방할 경우 주권을 상실하고 소련과 중국 등 외세 간섭이 커져 행동의 자유가 제약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을 만난 김일성은 이런 우려를 말한 적이 있다"면서 "북한은 완전한 주권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영향을 받아 김일성이 병진노선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면서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유사한 병진노선을 선언했지만 핵무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과거보다 인민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데 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퍼슨 연구원은 또 북한이 과거에는 핵을 협상용으로 생각했으며 현재의 핵무기 보유 정책을 과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초반 러시아 문서고에서 수집한 문서를 보면 북한은 핵 포기를 종용하는 러시아 관료에게 '핵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끌어내고 새로운 경제관계를 맺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언제부터 핵 억지력을 추구했는지 문서를 통해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1962∼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북한이 그 시기부터 계속 핵 억지력을 추가했다기보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방법을 탐구하다가도 다른 분야로 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제네바 합의만 봐도 상당한 비핵화 로드맵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가 이행이 안 됐는데 북한 입장에서 당시 현재와 같이 핵실험을 하는 등의 단계까지 예상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현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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