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고 19년간 탄자니아ㆍ케냐 난민캠프서 생활예수회 도움 서강대 전액 장학생…"르완다에 희망 줄 수 있었으면"

서강대 유학가는 르완다 난민 출신 수기라 구스타베    (나이로비=연합뉴스) 김보람 특파원 = 서강대학교의 전액 장학생으로 뽑힌 르완다 대학살 난민 출신 수기라 구스타베. 그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혼란 중에 탈출해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정착했고, 예수회 난민 서비스(JRS)의 도움으로 한국 명문대 유학 기회를 얻었다. 2013.11.18 >    brk@yna.co.kr
서강대 유학가는 르완다 난민 출신 수기라 구스타베 (나이로비=연합뉴스) 김보람 특파원 = 서강대학교의 전액 장학생으로 뽑힌 르완다 대학살 난민 출신 수기라 구스타베. 그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혼란 중에 탈출해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정착했고, 예수회 난민 서비스(JRS)의 도움으로 한국 명문대 유학 기회를 얻었다. 2013.11.18 > brk@yna.co.kr

(나이로비=연합뉴스) 김보람 특파원 = "힘든 과거로 상처받은 르완다 사람들에게 제가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달 말에 서강대학교로 유학을 가게 되는 수기라 구스타베(25)씨는 19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르완다 대학살 난민 출신이다.

1994년 4월 후투족 출신 쥐베날 하비야리마나 르완다 당시 대통령이 사고로 숨지자, 후투족 강경파가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 등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을 학살했다.

그는 "죄 없는 투치족 시민들이 미친개들한테 쫓기듯이 사냥 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투치족이었던 구스타베씨의 가족도 이 학살의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대량 학살의 와중에 숨졌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도망가던 중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7세였던 구스타베씨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탄자니아로 넘어왔다.

"죽어가는 어머니가 '어서 도망가'라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 때문에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하지만 탄자니아에서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년 뒤 탄자니아가 난민캠프를 폐쇄하면서 구스타베씨는 또 갈 곳을 잃었다.

쫓기듯 돌아간 고향에서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후투족과 투치족 간에 보복 살인이 계속돼 어린 그는 또다시 고국 르완다를 등질 수밖에 없었다.

1998년부터는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출신 난민들이 모여 사는 케냐 북서부 카쿠마 난민캠프에 정착했다.

항상 물자가 부족한 난민캠프에서의 생활이지만, 구스타베씨는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카쿠마 난민캠프를 운영하는 예수회 난민 서비스(JRS)의 대학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JC-HEM)까지 이수했다.

지금은 영어와 스와힐리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살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이력 덕분에, 르완다 대학살 난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예수회 대학교인 서강대학교 유학생으로 뽑혔다. 어학연수 1년을 포함해서 5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게 된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젠 제가 그분들에게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우리 르완다 국민들과 아프리카 사람들, 더 나아가 세계 사람들을 섬기고 싶어요."

JRS의 심유환 신부는 구스타베씨의 성실함과 봉사정신을 눈여겨보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을 것 같아" 한국으로의 유학을 추천했다고 말한다.

심 신부는 "구스타베는 여러 똑똑한 난민 학생들 중에서도 달랐다"면서 "한국에서 공부를 한 후에 반드시 르완다와 아프리카를 위해 일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스타베씨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큰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서강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해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저는 누구보다 혹독하고 잔인한 어린 시절을 겪었어요. 대학살 와중에 부모님도 잃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았어요. 이젠 이런 과거를 다른 사람이 다시는 겪게 하지 않는 것이 제 목표예요."

b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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