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물가지수 급상승…빈부격차 심화 전망

(산티아고=연합뉴스) 한미희 특파원 = 칠레의 광산업 성황으로 수도 산티아고보다 북부 지역의 광산도시가 2년 연속 물가가 가장 높은 도시에 올랐다.

전체 인구의 5.4%가 속한 상류층의 물가지수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각) 코트라(KOTRA) 산티아고 무역관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13년 상류층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북부의 광산 도시 안토파가스타가 수도 산티아고를 제치고 2년 연속 물가가 가장 높은 도시로 기록됐다.

올해 칠레 15개 지역에서 지난 1년 동안 상류층 물가지수는 9% 올랐고 이 중 5.7%는 비싼 아파트 임대료 때문으로 분석됐다.

안토파가스타 지역의 상류층은 1년 사이 10% 오른 월 225만 페소(한화 약 480만 원)를 생활비로 썼고, 광산업 종사자와 가족들의 이주가 꾸준히 느는 해안 도시 라 세레나의 상류층 월평균 생활비도 약 200만 페소에 달했다.

코피아포의 1㎡당 임대료는 산티아고의 상류층 거주지역인 라스 콘데스보다 비쌌다. 광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이 코피아포 시로 대거 이동했지만, 주거 시설을 비롯한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은 상류층뿐 아니라 칠레 전역에 걸친 현상이다. 라 세레나는 24.3%, 비냐 델 마르와 발파라이소는 22%가 올랐고 산티아고와 코피아포, 안토파가스타는 10~18%가 올랐다.

지난 1년 동안 가스비가 270%, 아파트 임대료가 7%씩 오르면서 생활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됐다.

실제 수도 산티아고에서 치안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외국 기업의 주재원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프로비덴시아 구의 소형 아파트는 수요가 많아 지난해 하반기를 전후해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칠레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와인과 일부 가전제품을 제외하고는 서울과 비슷하고 가스비, 수도요금, 전기요금, 통행료, 주차비 등은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칠레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이는 칠레가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산티아고 무역관 유현주 과장은 "외국인을 포함한 상류층의 생활 수준과 하류층의 소비 수준 격차가 커 평균 물가 상승률은 실질적인 외국인 물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특정 지역에 투자가 집중돼 지역별 빈부 격차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oyy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