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보증금 모자라 '폐가 위기'…후원 손길 절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어쩌면 마지막 명절 밥상이 될지 모르겠네요."

추석을 하루 앞둔 18일 김범곤(62) 목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이번 한가위 밥상이 마지막 명절 잔치가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2009년 서울 중구 중림동 200여평 규모의 창고에 마련한 무료급식소 '사랑의 등대'는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에게 아늑한 집과도 같았다. 하루에만 1천여명의 노숙인들이 김 목사가 퍼준 밥을 먹으면서 새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선뜻 창고를 빌려준 독지가가 최근 사업이 부도나면서 '사랑의 등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월세 500만원은 두 달째 밀렸고 보증금 4억원을 이달 말까지 준비 못 하면 쫓겨날 처지가 됐다. 김 목사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빌린 돈에 후원금까지 2억7천만원을 모았지만 나머지 1억여원을 열흘 안에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1992년 5월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된 김 목사의 무료 급식 역사도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김 목사는 20년 이상 서울 전역을 떠돌면서 근근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도 설과 추석 때만큼은 풍성한 잔칫상을 차렸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냈던 닭볶음탕, 생선조림, 불고기를 5일간 삼시세끼 찬으로 내놨고 트럭 4대 분량의 과일도 준비했다.

김 목사는 "따뜻한 집 밥보다는 못해도 명절만큼은 풍성하게 대접하고 싶었다"며 "입소문을 타고 노숙인들이 몰려들어 한껏 명절 분위기가 났다"고 회상했다.

사정이 어려운 탓에 이번 추석 잔칫상은 18일부터 사흘간만 차려진다. 사실상 마지막 명절 밥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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