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행정부 2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고 일리노이주지사 선거에 나선 빌 데일리(65·민주)가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일리는 17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 일리노이주지사 선거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년 3월 치러지는 민주당 경선을 위해 팻 퀸(64) 현(現)주지사와 날선 경쟁을 펼쳐왔다.

데일리는 "평생 경력에 꼭 한번 이루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선출직 공무원 당선이었다. 하지만 오랜시간 정치권을 드나들면서도 내가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현직 주지사를 상대로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외려 당선 후 일리노이주가 당면한 도전과 과제를 잘 해결하면서 주지사 직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가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데일리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역임하고 JP모건체이스 미국 중서부 회장을 거쳐 오바마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그는 시카고 시장을 각각 6선 연임한 리처드 J.데일리의 아들이자 리처드 M.데일리의 동생이다.

데일리는 무성했던 출마설 끝에 일리노이주지사 출사표를 던졌으나 단 3개월여 만에 결심을 접었다. 그는 상무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1년에도 일리노이주지사 출마를 모색하다 포기한 바 있다.

정·재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경력을 갖춘 데일리는 현재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별다른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있는 퀸 주지사를 대체할 인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데일리는 "캠페인에 본격 착수한 후 지난 6주동안 매우 힘들었다. 이게 정말 나인가. 이 일이 내가 앞으로 5년 또는 9년동안 지속적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인가. 지금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인가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고백했다.

데일리의 출마 포기로 퀸 주지사는 민주당 경선을 유력한 경쟁 후보 없이 무난히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공화당 경선에서는 2010년 선거에서 퀸 주지사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빌 브래디 일리노이 주상원의원, 커크 딜라드 주상원의원, 댄 루터포드 주재무관, 사업가 브루스 로너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루터포드 주재무관은 최근 한인 스티브 김을 부주지사 후보로 지명, 화제를 모았다.

데일리는 경선을 포기하면서도 같은 민주당 소속 퀸 주지사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퀸 주지사는 최근 월가 출신 데일리를 "미국에 재정 위기를 불러온 부유한 은행가"로 비난했고 데일리는 이에 대해 "내게 문제가 있다면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이 왜 나를 등용했겠는가. 퀸 주지사는 일리노이주 재정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변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데일리는 "퀸 주지사가 재선되면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뿐만아니라 그는 2014 선거에서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에 뺏길 가능성이 높은 약한 후보다"라며 "퀸 주지사의 독주를 막을 민주당 후보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리노이주지사 선거를 위한 경선 후보 등록은 오는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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