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경일고 소풍 대신 농촌 일손돕기…4년째 전통 쌓아가

가을소풍을 농촌봉사활동으로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8일 경남 창원경일고 학생들이 '농촌으로 떠나는 가을소풍' 출발에 앞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010년부터 가을소풍 대신 농촌봉사활동을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2013.11.8     choi21@yna.co.kr
가을소풍을 농촌봉사활동으로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8일 경남 창원경일고 학생들이 '농촌으로 떠나는 가을소풍' 출발에 앞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010년부터 가을소풍 대신 농촌봉사활동을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2013.11.8 choi21@yna.co.kr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땀의 소중한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고 배웁니다."

8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경일고등학교 학생들이 특별한 가을소풍을 떠났다.

이 학교 2학년생 400명이 향한 소풍 장소는 함안군과 의령군 등 경남도내 4개 농촌지역 19개 농가.

대부분 단감 농가로 수확기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곳이다.

학생들은 현지 농민들의 안내를 받아 반별, 팀별로 나눠 온종일 뜻깊은 농촌 일손돕기에 참여했다.

함안군 칠북면 봉촌리 단감 농가를 찾은 학생 130여 명은 일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2학생 학생회장 한지훈(18) 군은 "몸은 힘들지만 함께 일하며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은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단감에 혹시나 흠이 날까 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일했다.

강현욱(18) 군은 "고향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일했는데 한결 힘이 났다"며 "소중하게 키운 단감이 좋은 값에 팔려 농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일꾼을 맞이한 지역 농민들은 아들, 손자 같은 학생들의 방문을 대환영했다.

농민 차정희(56) 씨는 "단감 수확기 일손이 달려 애를 먹고 있는데 밝은 표정으로 일하는 학생들만 봐도 절로 힘이 불끈 난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지난해 사천에서 단감 따기 일손돕기를 지원했다.

각자 도시락으로 싸온 점심은 학교 급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꿀맛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 학교는 지난 2010년부터 가을소풍 대신에 농촌 일손돕기를 학년별로 펼쳐 학교의 좋은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과 현장을 찾은 김효범 교장은 "학생들이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농촌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면서 학교로 돌아오면 급식소에서 식사하더라도 반찬을 버리는 일이 없어진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농촌 일손돕기 가을소풍에 학부모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학부모 김경미(47) 씨는 "아이들이 농촌 일손돕기를 하고 온 뒤에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한결 의젓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농촌으로 떠나는 가을소풍'을 다녀오고 나서 작성하는 소감문에는 보람과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변창우 교감은 전했다.

지난해부터 이 학교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협도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 대만족이다.

이날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일손을 도운 전억수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은 "학생들이 우리 먹거리와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조금이라고 이해하면서 땀 흘린 것은 훗날 인생의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choi21@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