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전을 앞둔 '메이저리그 신인' 류현진의 표정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기획한 게릴라 경기였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은 시합 전부터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류현진은 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HJ99와 조마조마의 게릴라 자선 경기에서 HJ99 감독 겸 선수로 출전했다. 경기 전 류현진이 바쁜 일정으로 늦는 바람에 해프닝이 있었다. 4번 타자로 나선다는 보도와 다르게 그의 이름은 전광판에 1번 타자로 올랐다. 류현진이 경기장에 도착한 뒤에야 다시 라인업이 꾸려졌다. 감독으로서 직접 타순을 정한 것이다. 류현진은 자신의 이름을 4번에 올렸다.

 

 
 

선발 1루수로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번뜩이는 수비 변경을 보였다. 친형 류현수가 6실점하며 난타당하자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1회초 1사 만루에 공을 넘겨받아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와인드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볍게 공을 뿌렸지만 조마조마에겐 너무도 빨랐다.

'구원 투수' 류현진은 4회초 3루수로 자리를 바꿨다. 연달아 실책이 발생해 실점하자 류현진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류현진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5회초 3루쪽으로 타구가 오자 공을 잡아 '빙글' 돌며 2루로 송구했다. 보기 드문 왼손 3루수의 수비 장면이었다. 결국 이 수비는 병살로 연결됐다. 자신의 작전이 적중하자 류현진은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7회초는 '화룡점정'이었다. 자선 경기에서도 그의 승부욕은 멈추지 않았다. 팀이 15-13으로 역전에 성공한 7회초 다시 마운드에 섰다. 6회말 조마조마 공격이 끝나자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나와 어깨를 풀었다. '마무리 투수' 류현진은 2루타를 허용했지만, '여유만만'이었다. 미소는 유지하고 구속은 조금 올렸다. 류현진은 남은 타자들을 손쉽게 범타 처리하고 감독 데뷔전에서 자신이 경기를 끝냈다.

이날 류현진은 '승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직접 치킨을 선물하는가 하면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 주었다. 류현진 특유의 장난기 많은 모습에 관중석에서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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