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들 '실태 고발'…'외국분유 때리기 일환' 해석도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의 일부 산부인과 병원들이 신생아에게 특정기업체의 분유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아챙겨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보도했다.

17일 중국중앙(CC) TV와 신경보(新京報) 등에 따르면 톈진(天津)시내에 있는 다수의 산부인과 의료인들이 1년간 프랑스 분유 브랜드인 듀멕스(Dumex·중국명 둬메이쯔) 측으로부터 한 명당 매달 300∼1천 위안(5만3천원∼17만7천원)의 현금을 받아왔다.

이들에게 제공된 뇌물 규모는 매달 30만 위안(5천321만원)에 달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관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으며 둬메이쯔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CC TV는 아기와 함께 병원을 퇴원하는 산모들을 인용, 적잖은 병원들이 산모들에게 둬메이쯔와 미국 분유업체 미드 존슨 등을 사용할 것을 적극 추천하는 상황도 함께 전했다.

CC TV와 신경보는 신생아들이 처음 섭취하는 분유가 뇌물이라는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한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것도 문제지만 신생아들이 특정분유에 한번 맛을 들이면 좀처럼 다른 분유로 바꾸기 어렵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2천만 명으로 그중 70%는 유아기 때 분유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관영매체들의 이번 보도가 순수하게 사회고발 목적에서 이뤄진 면도 있겠지만, 가격밀약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며 외국산 분유기업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중국 당국의 의중도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수개월 전부터 가격밀약을 한 혐의로 외국산 유명 분유업체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 지난달 초 6개 분유업체에 대해 6억7천만 위안(1천224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을 계기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분유시장에서 외국산 분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어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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