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에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 혁명의 나라로 주로 알려졌다.

루이뷔통 등 명품과 관광 대국으로만 프랑스를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프랑스의 부의 비결은 미스터리나 다름없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 없이도 작년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7천120억 달러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한국(1조1천635억 달러)의 배가 넘는 액수다.

이는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프랑스가 항공산업에서부터 패션, 농가공업, 원자력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을 두루 발달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들의 추격으로 최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프랑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신산업정책을 발표하고 미래 산업 경쟁력 선점을 위해 34개 산업을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 최첨단산업부터 농업까지 고르게 발달 = 프랑스는 한국과 비교해 1∼3차 산업이 골고루 발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코트라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제1의 수출 산업은 항공산업이다.

미국 보잉사와 쌍벽을 이루는 유럽 항공기제작업체인 에어버스가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항공산업이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항공산업 수출액은 작년 프랑스 전체 수출액의 11.6%로 프랑스 제1 수출 산업 자리를 차지했다. 또 이 부문에서만 203억 유로(약 29조3천억원)의 무역 흑자를 프랑스에 안겼다.

르노와 푸조로 유명한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2010년 국내에서 관련 일자리가 230만 개 이상일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고가 자동차 제조 면에서 취약하지만, 저탄소 차량 부분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도 도입된 초고속열차(TGV)도 프랑스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산업이다.

철도 차량과 신호, 기초 공사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를 보유한 프랑스 철도산업 매출액은 2010년 이후 중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대형 여객선과 군함 등 해양산업도 세계 6위, 유럽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는 세계 각국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다.

산업뿐 아니라 농업 국가로도 유명한 프랑스는 농산물 가공 산업이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요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농산물 매출이 2010년 1천430억 유로에 달했다.

루이뷔통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명품 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이탈리아, 스위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의 2011년 매출액은 430억 유로에 달했다. ◇ 떨어지는 경쟁력에 국가가 미래 산업 추진 = 중국 등 신흥국이 매섭게 따라오고 미국, 독일 등 선진공업국과 비교해서는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위기감에 프랑스도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직접 나섰다.

새로운 산업국가로 프랑스를 재창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가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와 공동 작업을 한 끝에 에너지와 건강, 디지털, 운송 등 4개 분야에서 총 34개 산신업을 선정했다.

신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식물성 대체연료, 건강 분야에서는 바이오의학기술, 디지털 병원, 디지털 분야에서는 로봇, e 교육,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 등을 선정했다.

또 운송 분야에서는 무인자동차, 미래형 초고속열차(TGV), 전기 비행기, 친환경 선박 등이 뽑혔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이들 산업을 민관 협력으로 육성하면 455억 유로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수출액도 179억 유로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이 17세기 수출산업 진흥에 힘쓴 프랑스의 중상주의 경제정책을 재발견했다고 평가했다.

르몽드는 일본과 한국, 미국 등에서 정부가 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에 자극받아 올랑드 대통령도 과거 정부와 달리 산업 육성책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프랑스는 선진 공업국으로서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산업경쟁력 강화 정책이 가동되면 언제라도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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