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윌리엄 화이트 의장의 진단을 인용해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도 금융시장의 부채 상황은 리먼 사태 직전보다 후퇴했다고 소개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화이트 의장은 선진국의 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의 30% 선을 넘어섰고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신흥국 경제에 거품이 형성돼 있는 상황을 위기론의 근거로 들었다.

화이트 의장은 "세계 경제가 '이지 머니'에 중독돼 2007년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며 "금융시장에 리먼사태 이전의 불균형성 문제는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대형은행은 절대로 망하게 할 수 없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이 여전한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봅 다이아몬드 전 바클레이스(Barclays)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파산상태의 대형 은행을 안전하게 정리할 방안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그동안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기준이 강화되고 파생상품 시장의 투명성과 표준화 제고, 소비자 보호 강화 등 진전이 있었지만 '대마불사' 문제를 없애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의 리먼 사태를 막는 방안으로 강력한 국제협력체제 구축과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차입 규정의 강화와 이행 등을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의 후순위 채권 규모가 올해 520억 달러(약 56조 4700억원)와 2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각각 3배와 10배 이상 증가한 점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저신용 차입자가 이용하는 차입성 대출 규모도 전체 신디케이트론 시장에서 45%를 차지해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보다 10% 포인트 웃도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 정부가 거대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응답은 44%, 위기를 촉발한 금융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응답은 53%를 차지해 금융업계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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