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하위팀 이변의 우승, 지진피해 주민들에 용기

라쿠텐 우승에 환호하는 도호쿠 주민들    (센다이 교도=연합뉴스) 26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이 세이부와의 원전경기에서 승리하며 창단이후 처음 퍼시픽리그 우승(정규리그 1위)을 확정지은 순간 센다이 소재 라쿠텐 홈구장에서 전광판으로 경기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3.9.27     jhcho@yna.co.kr
라쿠텐 우승에 환호하는 도호쿠 주민들 (센다이 교도=연합뉴스) 26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이 세이부와의 원전경기에서 승리하며 창단이후 처음 퍼시픽리그 우승(정규리그 1위)을 확정지은 순간 센다이 소재 라쿠텐 홈구장에서 전광판으로 경기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3.9.27 jhcho@yna.co.kr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감격의 눈물과 환호성으로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가설주택들에 모처럼 생기가 넘쳐났다. '도호쿠의 잠 못드는 밤'이었다.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를 연고지로 하는 도호쿠 지역 유일의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3일 홈인 크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우승하자 현지 주민들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올해 정규리그 24승 무패의 슈퍼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전날 160구를 던진 피로에도 불구하고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자 현장의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립했다. 결국 그가 상대팀 마지막 타자 타자 야노 겐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 경기장은 물론 도호쿠 전역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가족과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간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11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만년 하위권이던 라쿠텐의 올해 선전은 일시적인 '청량제' 수준을 넘어 꺼져가던 투지의 불꽃을 되살리는 '바람'과 같았다.

2004년 창단, 2005년 처음 리그에 뛰어든 라쿠텐은 첫해 승률 0.281의 참담한 성적을 거둔 것을 포함, 작년까지 8시즌 동안 퍼시픽 리그 6개팀 중 꼴찌 3번, 5위 2번, 4위 2번을 기록한 만년 하위팀이었다. 2009년 리그 2위가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랬던 라쿠텐이 올해 에이스 다나카의 경이적인 연승 행진과 함께 선두를 질주하자 많은 팬들은 '우리도 다시 일어선다'는 삶의 의지를 다졌고, 선수들도 자신들의 활약이 재해지 주민들에게 힘이 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의식해가며 분발했다. 그런 까닭에 3일 라쿠텐이 일본 야구의 심장인 요미우리를 꺾고 최정상에 선 순간 선수단과 팬들은 그야말로 하나가 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민 약 40%가 지진후 타 지역으로 피난하거나 이주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의 한 가설 상가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주민 60여명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서로 얼싸안은 채 펄쩍펄쩍 뛰었다. 주민 스가와라 가쓰노리(60)씨는 라쿠텐이 보여준 저력에 "눈물이 났다"며 "우리도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센다이 시내의 가설주택에서 사는 주민 엔도 레이코(67)씨는 "재해지역에서 일본 최고가 나왔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고, 아사노 가쓰노리(69)씨는 "부흥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길지만 모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라쿠텐의 우승은) 그런 곳에 최고의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설주택 거주민인 시가 가즈히로(48)씨는 NHK에 "라쿠텐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집은 떠내려갔지만 다나카 투수가 던지는 것처럼 근성있게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도호쿠 지역 백화점과 소매업체들은 4일 우승 축하세일 또는 특별 판촉행사를 시작했다.

유명 유통업체 리온 리테일은 도호쿠 지역 6개 점포에서 우승을 이끈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등번호 77번과 다나카 투수의 등번호 18번에 착안, 의류, 잡화, 식료품 등에 걸쳐 770엔, 1천800엔 등의 균일 가격 행사를 열었다. 아울러 시니세백화점은 호시노 감독의 이름 '센이치'의 발음이 숫자 '1001'과 같다는 점에 착안,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1천1만엔(1억765만원) 짜리 반지 한 개를 한정판매품으로 내놓았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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