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벤치'는 공유를 잇는 소통의 공간"'책 읽는 벤치 지기' 두 달 만에 100명 돌파

광주 '책 읽는 벤치지기' 1호 탁아림씨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지난 9월 광주에서 처음으로 '책 읽는 벤치in 광주'를 시작한 탁아림(25·여·전남대 경제학과 대학원)씨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카페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책 읽는 벤치지기는 최근 100호를 돌파해 이날 무각사에서 100호 돌파 기념행사를 열었다. 책 읽는 벤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내 곳곳의 벤치에 책꽂이를 만들어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3.11.2    minu21@yna.co.kr
광주 '책 읽는 벤치지기' 1호 탁아림씨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지난 9월 광주에서 처음으로 '책 읽는 벤치in 광주'를 시작한 탁아림(25·여·전남대 경제학과 대학원)씨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카페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책 읽는 벤치지기는 최근 100호를 돌파해 이날 무각사에서 100호 돌파 기념행사를 열었다. 책 읽는 벤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내 곳곳의 벤치에 책꽂이를 만들어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3.11.2 minu21@yna.co.kr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책 읽는 벤치는 공유를 잇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지난 9월 광주에서 처음으로 '책 읽는 벤치 in 광주'를 시작한 탁아림(25·여·전남대 경제학과 대학원)씨는 '책 읽는 벤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 10여 년 전 다 읽은 신문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한 루일방크 프로젝트(Ruilbank Project)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탁 씨는 전남대 경영대 2호관 벤치에 '책 읽는 벤치' 1호를 열었다.

벤치에 만든 조그만 책꽂이에는 알렉스 김의 사진집 '아이처럼 행복하라'를 꽂아두었다.

탁 씨는 "헌 책방에서 만난 책 표지의 아이 얼굴이 마치 저를 빨아들이는 듯한 힘이 느껴져 골랐다"며 "아이의 눈 속에 하늘과 사진작가, 자연이 모두 투영되는 것에 감동 받아 다른 분들에게도 이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남대에 처음 생긴 책 읽는 벤치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타고 알려지면서 자발적으로 벤치를 운영하겠다는 '책벤 지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남대를 시작으로 조선대와 호남대를 비롯, 일곡 근린공원, 광주시청, 상무지구 버스 정류장, 아파트 단지에도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충북 충주시와 대구시에도 책 읽는 벤치가 생겼다.

벤치를 운영하는 '책벤 지기'도 최근 100명을 돌파했다.

6살인 윤슬이부터 대학생, 공무원, 교수 등 연령과 직업도 다양하다.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형태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직업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책꽂이의 형태도 다양하다. 신광조 광주시 상수도본부장은 배달을 위해 쓰는 철가방을 고친 책가방 7개를 광주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벤치에는 메모지를 비치해 누구나 글을 남길 수도 있다.

'책 읽는 벤치'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날씨. 비가 내리면 책이 젖기 때문에 벤치 지기들은 빨래를 걷듯 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런 책벤 지기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책벤 캐스터가 날씨를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일부 벤치에서 책이 도난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책벤 지기들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벤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이고 '책 읽는 벤치' 역시 공유를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탁 씨는 "모두 수평적인 입장에서 같은 생각을 갖고 벤치 지기를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사람도 얻고 힘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는 빨간 클립으로 얇은 신문을 꽂아 두는데 모두 천편일률적이었다"며 "우리는 자기만의 개성과 형태를 살려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선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라고 하는데 공공기관이 주가 돼 건물을 만드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라고 할 수 없다"며 "시민이 진정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회는 소통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창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람마다 각자 재능이 있고 누구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미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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