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달리기 위해 태어난(Born to drive).'

일본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GS350 F 스포트'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작년 국내에 출시됐다. '주행성능'에 관한 한 도요타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했다는 자부심의 표식일 것이다.

실제 몰아본 GS350 F 스포트는 이런 수사가 그저 수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GS350 F 스포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는 폭발적인 힘과 날카로운 코너링이었다.

6기통 3.5ℓ 엔진은 최고출력 310마력에 최대토크 38.2㎏·m의 힘을 내는데 일반도로에선 가속페달을 꾹 눌러 밟으면 거짓말을 좀 보태 살짝 겁이 날 정도다.

마치 뚫고 나갈 듯한 기세로 뛰쳐나가며 앞서 가던 차들을 순식간에 뒤로 밀쳐낸다. 급가속의 쾌감에 '이야' 하는 탄성이 나온다. 실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시간이 6.0초다. 비슷한 배기량의 독일 프리미엄차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이런 성능은 주행모드를 가장 역동적인 상태인 '스포트 S+' 모드에 놨을 때 발휘된다. 스포트 S+에선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지고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의 설정까지 바뀐다고 한다.

'일반(normal)' 모드에서는 편안한 정통 세단 같은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스포트 S+로 달리다 일반으로 전환하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족을 태우고 안전하게 운전하려 한다면 안성맞춤일 수 있겠다.

이렇게 차의 속도를 높여나갈 때 엔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도 듣기 좋다. 운전의 즐거움을 귀로도 느낄 수 있도록 엔진음에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rpm(엔진의 분당 회전수)이 올라가면 균질하면서도 깨끗한 엔진의 중저음도 덩달아 음을 높여간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라는 관(管)을 통해 엔진의 소리가 증폭되며 실내로 유입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리가 너무 그르진 듯한 느낌은 과잉한 인공성 때문에 조금 불편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날쌘 코너링이었다. 4바퀴의 회전각을 최적으로 조절해주는 'LDH'(Lexus Dynamic Handling System) 덕분에 굽은 길을 돌 때 스티어링 휠을 틀면 다른 차보다 반 박자 빠르게 차가 회전한다.

LDH로 인해 핸들 조작 때 앞바퀴뿐 아니라 뒷바퀴까지 최대 5도 틀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빠르게 안쪽으로 파고 들며 코너를 돈다.

외관은 개성이 강하다. 3세대까지 단정하고 반듯한 세단의 이미지를 추구하던 렉서스는 4세대로 접어들며 '스핀들 그릴'이란 패밀리 룩을 도입했다.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간 모래시계 형태의 그릴인데 특히 위쪽보다 아래쪽을 크게 늘려 다부지고 강인한 남성의 턱 또는 불도그의 주둥이를 연상케 한다.

힘차고 튼튼한 느낌은 강조됐지만, 그 바람에 잘생긴 얼굴에서는 멀어졌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내비게이션이나 라디오, CD를 조작할 때 쓰는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마우스처럼 조작하도록 고안됐는데 터치 스크린 방식만큼 편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차량 속도와 rpm(분당 엔진회전수) 수치,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길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탑재돼 좀 더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줬다.

비교적 넉넉한 탑승 공간과 트렁크 용량도 갖춰 가족용 차로 쓰기에도 무리는 없지만, 가족용 차로만 쓰기에는 '밟아보고 싶은' 유혹이 많은 차다. 값은 7천690만원.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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