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첫 정상외교 염두?…양국 간 이견 가능성도

北 김정은, 중대장대회 참가자와 화력타격훈련 참관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4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군 화력타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로동신문이 31일 전했다. 2013.10.31 nkphoto@yna.co.kr
北 김정은, 중대장대회 참가자와 화력타격훈련 참관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4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군 화력타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로동신문이 31일 전했다. 2013.10.31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한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인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김 제1위원장을 만날지는 처음부터 관심사였고, 정부도 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지난달 31일 오후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나흘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평양을 떠났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김 제1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했다고만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이 엘벡도르지 대통령과 회담하지 않은 이유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의 첫 '정상외교'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 그 시기를 미룬 경우다.

북한 입장에서 김 제1위원장의 첫 정상외교는 최고 지도자의 존재감을 국제적으로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도 체제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정치 행위다.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의 정상외교 데뷔 상대로 몽골 대통령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은 몽골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고 후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하면 몽골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카드를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신중하게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나 러시아를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에도 몽골 대통령이 방북, 북한의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이 아직 정상외교에 대한 부담을 가졌을 개연성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중국 고위인사를 만난 데 이어 올해 '전승절'(7월 27일·정전협정 체결일) 기념행사차 방북한 시리아 대표단을 접견하는 등의 외교 행보를 넓혀왔다.

그러나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 그 정치적 상징성이 큰 만큼 젊은 지도자로서 권력 기반을 더 다지고 경험을 쌓고 나서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북한에 가져온 '선물'이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에 대한 몽골의 경제적 협력·지원이나 탈북자 단속 등의 양국 간 협상에서 무엇인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외국 정상의 방북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며 "몽골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양국 간 현안 협의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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