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유엔본부에 중간보고"내년 3월 최종보고서에 국제사회의 대북 조치 담을 것"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마이클 커비 위원장 (AP=연합뉴스DB)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마이클 커비 위원장 (AP=연합뉴스DB)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아버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광범위하게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3위원회'에서 그간의 조사활동에 대해 중간보고를 했다.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만 내년 3월 위원회의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북한에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공식적인 결론은 유보하겠다"고 말했다고 위원회에 참석한 우리 쪽 외교관이 전했다.

특히 커비 위원장은 "북한의 인권실태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과 북한에 입국을 신청한 상태이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커비 위원장이 중국 입국을 신청한 것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 심한 보복을 받는다는 주장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행위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커비 위원장은 한국, 일본, 태국, 영국에서 직접 만난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원회의 그간 활동을 종합할 때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등 4개국에서 진행된 그간의 조사를 감안할 때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증언에는 (믿을만한) 일관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3월 위원회의 공식 보고서에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조치들이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커비 위원장은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법률 전문가들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커비 위원장의 이날 중간보고는 약 1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 대표는 "위원회의 임무와 활동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유엔이 있지도 않은 북한 인권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어떠한 인권침해도 없다"고 주장했다.

호주 대법관 출신으로 캄보디아 인권문제 담당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 등을 지낸 커비 위원장은 보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35년간 판사 경력을 통해 그간 수많은 가슴 아픈 사연을 보고 들어왔지만 이번 북한 인권 조사 과정만큼 나로 하여금 눈물을 쏟게 하는 증언은 없었다"며 숙연해했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조사활동 과정에서 접한 수많은 증언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목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 여성들의 진술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탄압을 피해 북한 탈출을 감행한 사람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여성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도착한 뒤 강제로 결혼을 해야 했거나 인신매매 등에 넘겨지는 고통을 당했다고 전했다.

커비 위원장은 이러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간 진행된 공청회 내용과 증언자의 진술 등을 유엔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오고 있다.

위원 가운데 한 명인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유엔3위원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최근 들어 국경통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남한에 당도하는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동안 남한에 도달한 탈북자는 1천41명이다. 반면 지난 한 해 동안에는 1천509명이, 2011년에는 2천706명이 도착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그는 밝혔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탈북자 수가 1998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던 경향이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국경통제가 강화되고 강제송환 사례가 증가한 것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위원장이 이끄는 위원회는 지금까지 4개국에서의 활동을 통해 모두 65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아울러 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200건에 달하는 관련 서류를 증거 자료로 확보했다.

위원회는 30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한 인권 관련 공청회를 연다.

지난 3월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는 앞서 지난 8월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공청회를 열어 고문, 강제수용소, 실종, 가스실 등 북한의 인권유린 참상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위원회가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김송주씨가 증언자로 나와 2007년 탈북했다가 강제송환돼 노동 교화형을 받았으며 4차례의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했다고 진술했다.

또 북한 청진 출신의 여성 탈북자 박지현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돼 아들을 낳고서 북송돼 가혹한 처벌을 받은 사연을 증언했다.

gija0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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