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비둘기파' 옐런 부의장 차기 의장 유력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후보에서 자진해 물러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6일 양적완화 정책에 부정적인 서머스 전 장관이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차기 의장이 될 경우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늦춰지거나 축소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 충격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머스 전 장관은 양적완화 정책 같은 대대적인 부양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블룸버그가 세계 투자자·분석가·트레이더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머스가 차기 의장이 될 경우 벤 버냉키 의장보다 부양책을 덜 쓸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35%로 버냉키보다 더 완화한 정책을 쓸 것이라는 응답자 13%보다 많았다.

서머스 전 장관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다면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더 빨리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서머스의 후보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 선물, 나스닥지수 선물 등 주가지수 선물이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세계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대규모로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신흥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11일까지 4주간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에서는 73억6천만 달러가, 채권형 펀드에서는 60억8천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또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경제 기초여건이 불량하다고 지적받은 신흥국에서는 주가와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가장 우려하던 서머스 카드를 피했다는 점에서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흥시장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생긴다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위기국가보다 효과가 덜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한국 증시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 부의장에게 시장 전문가들이 걸고 있던 기대감을 고려하면 서머스의 후보 사퇴로 옐런에게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도 시장은 안도할 수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옐런이 차기 의장이 되면 버냉키 현 의장과 비슷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응답이 47%에 달했고 연준이 한층 더 부양적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17%나 됐다.

또 지난주 경제학자 350여 명은 옐런 부의장이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를 예측하는 등 연준 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옐런을 다음 의장으로 지명해 달라는 편지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옐런은 연준 위원들 중에서도 비둘기파로 분류되므로 그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다면 양적완화 축소 우려 측면에서 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한국은 위기가 있는 다른 신흥국보다 외화보유량이나 경상수지, 경기 반등 속도 등이 탄탄해 (자금 유출에서) 차별화했으므로 옐런이 의장이 된다고 해도 다른 신흥국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레그 깁스 RBS 싱가포르 선임 전략가는 "아시아는 잠시라도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급락세인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강세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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