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과학고에 다니는 A 군(17)은 요즘 학급에서 '데이터 셔틀'로 통한다. 같은 반 일부 학생들이 "데이터를 달라"고 하면 A 군은 부모님 명의로 가입된 자신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선물해줘야 한다. 카카오톡사용이나 연예인 동영상 등을 보느라 한 달 치 데이터를 일찍 소진해 버린 학생들이 A 군에게 '데이터 상납'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전에 A 군은 '와이파이 셔틀'로 통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반 친구들이 공유해서 쓸 수 있도록 '핫스팟 기능'을 켜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 통신사가 데이터를 휴대전화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A 군의 데이터 상납 방식이 와이파이방식에서 '데이터 직접 상납'으로 바뀐 것이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한 반에 한 명'꼴로 널리 퍼진 '와이파이 셔틀'에 뒤이어 '데이터 셔틀'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셔틀'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래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학교 폭력을 가리키는 은어다. 2010년 '왕따' 아이들이 매점에서 빵을 사서 바치는 현상을 '빵 셔틀'이라 부르며 확산됐다. 스마트폰이 널리 이용되면서 지난해에는 게임 아이템을 바치는 '애니팡 셔틀'로 번지기도 했다.

통신사 측에서는 예방책을 내놓고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데이터 셔틀'은 SK텔레콤이 2월 'T끼리 데이터 선물하기' 서비스를 신설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학교 폭력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 만 18세 이하 청소년 이용자들에 한해서는 데이터를 받는 것만 가능하도록 설정했지만 근본적인 방지는 불가능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나 직접 부모님 휴대전화로 데이터를 보내는 경우까지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10대 청소년들이 데이터 소비 욕구를 조절하지 못할 경우 '데이터 폭력'이 더욱 극성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청소년 전문 상담사는 "학교에서 수업 전에 휴대전화를 걷어도 아이들이 기존의 사용하지 않는 2G 휴대전화를 내놓고 실제 사용중인 스마트폰은 몰래 계속 갖고 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10대들은 데이터 이용에 중독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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