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포드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스케이프'는 경쾌한 느낌의 차다. 콤팩트 SUV여서 그렇기도 하고, SUV로는 흔치 않은 가솔린 연료 차량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묵직하고 진동이 큰 디젤 SUV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큰 소음이나 진동 없이도 툭툭 치고 나가는 이스케이프의 몸놀림이 너무 경박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그만큼 움직임이 가볍다.

가솔린 SUV라고 힘이 달리는 것도 아니다. 포드 고유의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인 '에코부스트' 기술이 적용돼 힘이 넘친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2.0ℓ 엔진을 얹은 '2.0 에코부스트 AWD(4륜구동)'였는데 제원상 최고출력이 243마력, 최대토크가 37.3㎏·m다.

웬만한 프리미엄급 수입차들과 맞먹는 힘이다. 다만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이 엔진의 분당회전수(rpm)가 3천을 넘을 때여서 급가속하려면 액셀러레이터를 제법 깊숙이 밟아줘야 한다. 당연히 소음도 제법 커진다.

1.6ℓ 엔진을 장착한 1.6 AWD 모델도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가 25.4㎏·m로, 2ℓ짜리 가솔린 엔진을 단 국내 SUV들의 힘을 능가한다.

다만 연비는 썩 훌륭하다곤 할 수 없다. 2.0 AWD가 9.2㎞/ℓ, 1.6 AWD는 10.1㎞/ℓ가 공인연비다. 포드의 터보차저 엔진은 힘에선 유럽의 고급차들과 엇비슷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아직 연료 효율성은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케이프엔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첨단기술도 탑재됐다. 코너링 때 각 바퀴에 제동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커브 컨트롤', 회전 때 가속을 조절해주는 '토크 벡터링 컨트롤' 같은 기능이 포드의 SUV 중엔 처음 적용됐다.

'지능형 AWD 시스템'은 바퀴의 속도나 스티어링 휠의 꺾어진 각도 등 25가지 외부신호와 도로 상태 등을 순식간에 포착·분석해 정확히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틀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아쉽게도 시승 기간 이런 코너링 능력을 확인해볼 기회는 갖지 못했다.

연비 향상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액티브 그릴 셔터 시스템'도 갖췄다. 저속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 엔진열을 식혀야 할 땐 그릴 셔터를 열고, 일정한 속도로 고속도로를 운전할 땐 셔터를 닫아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기능이다. 외모는 종전 모델과 견줘 한층 유려하고 예쁘장하게 탈바꿈했다.

종전 이스케이프가 직선과 직각 모서리들로 이뤄진 전형적인 '미국적' SUV였다면 새 이스케이프는 선형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모서리들은 좀 더 예각적이거나 둔각적으로 바뀌면서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경쾌한 SUV란 이미지에 한몫하는 인상이다.

평행 주차를 할 때 핸들이 자동으로 조작되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키를 지닌 채 차 뒷범퍼 아래 빈 공간에 발을 넣었다 빼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리프트 게이트' 같은 편의사양도 갖췄다.

애초에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은 채 설계된 차여서 내비게이션 작동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불편했다. 시승이 끝날 때까지는 기자는 내비게이션을 찾아내지 못했다. 국내로 수입하면서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탓에 뒤늦게 버튼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번만 안내 받으면 될 일이니 큰 단점은 못 된다.

그러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가 발을 떼면 일순 차가 앞으로 튀어나가는 현상이 있어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가격은 1.6 FWD(전륜구동) 모델이 3천270만원, 1.6 AWD가 3천510만원, 2.0 AWD가 4천155만원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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