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지역의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2013.10.22.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지역의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2013.10.22.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홍정표 기자 = 제주도가 소나무 고사목과 재선충 감염률 등 기초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는 지난 9월 2일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올해 들어 발생한 소나무 고사목 3만5천여 그루 가운데 2만1천 그루는 지난 1∼8월 제거했고 연말까지 나머지 1만4천 그루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발생한 고사목은 내년 4월 말까지 완전히 제거해 재선충병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도가 지난 1∼20일 헬기 항공촬영으로 정밀조사한 결과 현재 소나무 고사목이 17만5천 그루로 지난 9월 예측한 2만1천 그루보다 무려 8.3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소나무 고사목 제거 현장에서 잘린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자 나타난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유충의 모습. 약 2.5㎝ 크기의 하얀 빛깔을 내는 유충은 햇빛을 보자 꿈틀거리며 다시 소나무 껍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2013.10.22. >    bjc@yna.co.kr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소나무 고사목 제거 현장에서 잘린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자 나타난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유충의 모습. 약 2.5㎝ 크기의 하얀 빛깔을 내는 유충은 햇빛을 보자 꿈틀거리며 다시 소나무 껍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2013.10.22. > bjc@yna.co.kr

또 한라산연구소가 지난 7∼18일 애월, 한경, 대정, 안덕 등 소나무 고사목 집단 발생지의 고사목 210그루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재선충병 감염률이 평균 58.6%로 지난 7월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재선충병 감염률 2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사목이 많이 발생하지 않은 한림, 표선, 성산 지역에서도 고사목의 25.4%가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이를 고려하면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5만2천 그루의 고사목이 추가로 발생, 제거 대상 고사목이 22만여 그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2개월 전에 마련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대책이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엉터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도는 이처럼 뒤늦게 문제점이 드러나자 24일 전문가 600여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인력 2천여명을 동원, 이달부터 연말까지 11만 그루, 내년 1∼4월 11만 그루를 제거하는 내용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전략 수정안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도는 우선 한라산보호구역·산천단 곰솔 등 주요 문화유적지 등을 중심으로 고사목 제거작업을 벌이고, 고사목 처리도 훈증 또는 소각에서 전량 파쇄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훈증 또는 소각 방식이 바람이 많은 지역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선충병 감염 속도가 빠르고 상당수 고사목이 작업하기 어려운 지형이 험한 곳에 있는 데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계획대로 제거작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을생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은 "예년 수준을 기준으로 방제대책을 세웠는데 이상기후 등으로 재선충병 확산속도가 상상을 초월해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주도는 재선충병을 빌미로 소나무를 무단으로 제거하거나 임야를 불법으로 개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해 산림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j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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