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 회원들에게 외교관 교육을 해야 합니다"
<※ 편집자주 =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23∼2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제1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한 월드옥타 회원 가운데 대한민국의 경제영토 확장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헌신하며 한민족 경제공동체 발전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차세대 글로벌 경제인들에게 들려주는 값진 조언을 소개합니다.>
(발리<인도네시아>=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원들은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내다 팔면서 조국 발전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불어 잘사는 '홍익인간' 정신을 세계화하는 데 나서야 할 것입니다."
월드옥타 회원들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솔선수범으로 '맏형' 소리를 듣는 멕시코의 김재현(75) 월드옥타 상임고문은 "월드옥타가 지난 32년 동안 애국심 하나로 국산품을 팔며 고국 발전에 이바지해 '가상하다', '대단하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멕시코시티에서 무역·유통회사인 ㈜솔데마르를 운영하는 김 고문은 23일부터 사흘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의 컨벤션센터 페카투홀과 아요디아호텔 등지에서 열리는 월드옥타 주최의 제1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67개국 125개 월드옥타 지회에서 활약하는 7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김 회장은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제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데도 우리가 애국심을 들먹이며 수출만 하려고 한다면 '한국은 수출만 하려는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면서 "월드옥타가 지금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일은 거주국에서 칭찬받는 한인 경제인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곧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잘 살아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월드옥타 회원에게 외교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32년 역사의 월드옥타는 정회원 6천500여 명, 차세대 회원 1만2천500여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경제단체다.
"우리가 차세대 무역스쿨을 통해 전 세계에서 산업전사를 양성하잖아요. 이 프로그램처럼 외교부가 우리에게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도록 교육을 하는 거예요. 그래야만 외국에 진출하는 데 지장이 없어요. 에티켓이나 상도덕을 몰라 욕을 먹으면 결국 후손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애로가 많아져요. 교육을 정부가 맡아서 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월드옥타를 활용하면 됩니다."
김 회장은 후배들로부터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평판을 듣는다. 이는 그가 국내 경제지 기자를 그만두고 무역업에 뛰어들 때부터 실천한 철학이기도 하다.
전북 남원 출신인 그는 한양대 공대를 나와 경제신문사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정론을 펼쳐보겠다는 의지는 '10월 유신' 등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신문사 근무 당시 만났던 상사 한 분이 '당신처럼 거짓말 못하고 정직한 사람은 사업해서 성공할 수 없어'라며 만류했어요. 그런데 나는 '그래서 나는 더 성공할 수 있어'라고 반대로 생각했죠. 무역은 외국인들과 거래를 하는 것인데, 거짓말하면서 물건을 사고팔 수는 없잖아요. 정직이 곧 신용인데요."
김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손대는 아이템마다 소위 '대박'을 쳤고,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눈만 뜨면 해외 영업을 다니던 그에게 국내는 좁았다. 미국 뉴욕에 지사를 내고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바로 접었다.
"제 신조가 '남을 돕지는 못할망정 해를 끼치지는 말자'입니다. 저를 돕던 뉴욕의 고객이 있는데, 제가 지사를 내면 그분의 밥줄을 끊어놓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멕시코와 접하고 있는 국경도시인 텍사스주에 진출했죠."
당시 그의 사업은 믿기지 않을 만큼 번창했다. 의리를 지키려고 대도시로 나가지 않은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미국 진출을 꿈꾸는 멕시코 인들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국경무역이 호황을 누린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무역협정이 체결되는데도 국경무역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고 있던 오판과 잘못 쓴 직원 탓에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아내까지 불러 도산 위기에 몰린 사업을 추스른 뒤 1983년 멕시코시티에 이주해 정착했다.
1998년부터 월드옥타 회원으로 활동한 그는 2005년 30여 명의 회원을 모아 멕시코 지회를 창립했다. 그해 9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했다.
멕시코 한인회를 만들어 3대 회장을 역임한 그는 사비 4만 달러를 기부하며 한글학교 건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봉사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한민족의 이미지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국가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는 것이고요. 자연스레 한국 상품의 가치도 올라가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칭찬받는 월드옥타 회원'이 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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