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이처럼 계속되는 기관사의 자살에 대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인 정모씨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9월에도 자살을 시도했고, 10월부터는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정기검진에서는 별다른 정신질환이 발견되지 않아 평소 별도의 조치나 관리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는 모두 3명, 2003년 이후로 자살한 기관사는 전체적으로 7명에 이른다. 이들은 평소 공황장애와 신경정신질환을 앓아 오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회사 측은 이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점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애환을 담은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의 한 장면
지하철 기관사들의 애환을 담은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의 한 장면

올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시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기관사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 남성에 비해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 역시 일반인의 연간 유병률은 0.0%인 데 비해 기관사는 1.0%로 더 높았다. 기관사들이 보통 남성에 비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황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우울증 유병률 역시 지난 2007년 이뤄진 조사 결과에서는 1.3%를 나타냈지만 5년 새 1.8%로 높아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 측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기관사들에 대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업무 스트레스와, 인력 부족,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이 기관사의 정신적인고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훈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 승무본부장은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회사 측에 통보하면 불이익을 받게 될까 걱정돼 이를 숨기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측에서는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사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접근 방식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렬 가톨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기관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보편적 접근 ▲고위험군에 대한 접근 ▲질환자에 대한 접근 등으로 해결방안을 보다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현재는 고위험군에 대한 접근은 물론 정의 자체가 제대로 안 돼 있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기관사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예방책과 함께 정신건강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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