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점 기증…보부상 조직 기록유물 '민속문화재' 지정"조상이 남긴 유물은 우리 모두의 것"

울산박물관 최다 기증자 류활열씨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박물관에 가장 많은 유물을 기증한 류활열씨가 21일 울주군 범서읍 자택에서 조선시대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적을 설명하고 있다.  2013.10.21.      canto@yna.co.kr
울산박물관 최다 기증자 류활열씨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박물관에 가장 많은 유물을 기증한 류활열씨가 21일 울주군 범서읍 자택에서 조선시대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적을 설명하고 있다. 2013.10.21. canto@yna.co.kr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유물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은 것뿐입니다. 조상이 남긴 유물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울산박물관 최다 유물 기증자 류활열(77)씨는 "유물은 모양이 예쁘거나 투박하거나, 가격이 높거나 낮거나를 떠나서 모두 우리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소중하다"고 21일 강조했다.

류씨가 울산박물관이 개관한 2011년 6월부터 최근까지 기증한 유물은 모두 168건 346점이다.

신라시대 초기 토기부터 고문서, 1920년대 산림매매 영수증, 1950년대 병적증명서·선거위원 신분증·경상남도 도민증, 1960년대 대학 졸업증서까지 다양하다.

특히 1899년부터 1915년까지 울산지역 보부상 조직의 임원 명단을 기록한 '경상남도 울산군 우지회 천금록'과 1908년 보부상 조직의 세칙을 수록한 '상무우단장정'은 지난해 6월 울산시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이들 자료는 일본강점기 울산지역의 상업사와 유통질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류씨가 많은 양의 유물을 수집하게 된 것은 대학 졸업 후인 1970년대 후반 고향인 울산에서 처음으로 화랑을 열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평소에 관심이 있던 유물을 다루고 싶어 화랑을 열었다. 당시 울산에서 두 곳뿐이던 화랑 중 한 곳인 이 화랑에서 많은 유물이 오갔다고 회상했다.

이후 표구사를 운영하면서 각종 고문서, 옛 그림 등을 만나게 됐고 자연스럽게 각종 유물을 소장하게 됐다.

류씨는 이 과정에서 신라시대 수도인 경주와 인접한 울산에 수많은 유물이 있지만 이를 보관하고 관리할 박물관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껴 울산박물관 설립 기금조성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 1990년대 중반부터 지역 대학교수 등과 함께 기금 조성을 위한 전시회 등을 열었고, 기금을 울산박물관 건립 당시 울산시에 지원하려 했으나 '개인이나 단체의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시의 입장에 따라 대신 유물을 기증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

그는 "울산박물관이 건립되고 유물을 기증하게 돼 마음의 짐을 덜어 낸 것 같다"며 "개인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면 결국은 흩어지고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류씨는 또 "누군가의 집에 버려진 듯 보관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개인의 아까워하는 마음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유물이 있을 것"이라며 "개인 소장자를 탓할 수는 없지만 역사와 문화의 도시 울산을 위해서 기증하면 시민과 후세에까지 우리 고장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게된다"는 바람을 전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류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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