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연료봉 8천개 활용…3년내 플루토늄 10∼12㎏ 추출""50㎿ 원자로 재건설 시도할 수도…핵협상 복잡해졌다"

   
▲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 "北 영변 원자로 온배수 방출…재가동 증거"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 1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의 5㎿급 가스 흑연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더 많은 증거가 발견됐다고 미국 연구소가 2일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달 19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원자로 냉각 시스템의 배수관에서 온배수(hot waste water)가 배출되는 것이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2013.10.3 > phot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북한이 재가동을 시작한 영변 5㎿급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봉 8천개를 재처리해 핵무기용 플루토늄 10∼12㎏을 추출해낼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경고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영변 핵시설을 직접 탐방했던 헤커 박사는 최근 핵과학자회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플루토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4월 5㎿급 가스흑연감속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난 8월 하순부터 실제 재가동에 들어간 정황이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헤커 박사는 "현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기술적 시나리오는 북한이 8천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이용해 이 원자로를 가동하고 이를 냉각시켜 향후 3년간 10∼12㎏의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의 사용후 핵연료봉 8천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저장시설로 옮겨져 봉인돼 있었으나 북한은 2009년 11월 이를 풀고 해당 연료봉들을 인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 측이 나에게 해당 원자로가 수십년간 가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재처리 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해마다 핵무기 한개 정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게임 체인저'(국면전환)에 이를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현재 24∼42㎏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3차 핵실험을 통해 이중 4∼5㎏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은 5㎿급 가스흑연감속로 외에도 실험용 경수로 원자로(ELWR)의 용도를 바꿔 매년 10∼15㎏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보다 더 곤란한 문제는 북한이 1994년 완공하려고 했다가 제네바 합의에 따라 중단한 50㎿짜리 원자로의 복제판을 다시 건설하려고 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북한은 이를 다시 건설하는데 필요한 물질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원자로 건설에는 최소 5년이 필요하고 위성사진을 통한 감시가 가능하지만 북한이 이 원자로를 10개의 핵무기를 만든다면 이것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루토늄 이외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북한이 원심분리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관련시설의 건설과 북한 측 동향을 보면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이 상당히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헤커 박사는 "평양은 이제 모든 핵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원자로까지 재가동함으로써 협상을 몹시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북한의 협상력과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협상가들은 8천개의 핵연료봉 처리문제까지 다뤄야 하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분명한 목표가 돼야 하지만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훨씬 더 먼 목표가 됐다"고 우려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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