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 공조죄' 적용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뭐가 문제라는 거야?"

미국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가 사고를 친 자식을 감싸 돌다가 감옥에 갈 위기에 놓였다.

ABC 방송과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집단 괴롭힘으로 급우를 자살로 몰아넣은 일명 '레베카 왕따 사건'의 가해자 부모에 대해 플로리다주 경찰이 구속 수사를 검토하고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식의 잘못을 대신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인 게 자충수가 됐다.

이틀 전 스토킹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2명의 여학생 가운데 한 명인 과달루페 쇼(14) 양의 부모가 그 장본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딸을 기소한 당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딸이 페이스북에 "레베카를 괴롭혔는데 자살했군. XX. 신경 안 써"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서는 "누군가 딸의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과달루페는 왕따 피해자인 레베카 세드윅(12)과 연적 관계로 알려졌다. 과달루페는 과거 레베카의 애인이었던 남학생과 사귀고 있다.

과달루페 부모의 해킹 주장에 대해 수사 책임자인 그래디 저드 보안관은 "모든 게 헛소리"라고 일축하고 청소년 비행에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드 보안관은 과달루페도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며 부모가 자식 교육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또 다른 가해 여학생인 케이틀린 로먼(12)의 부모는 "모든 것이 부모의 잘못"이라고 사죄해 대조를 보였다.

로먼의 부모는 ABC 방송에 출연해 "전후 사정을 듣고 부모인 우리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레베카가 숨진 자리에 수차례 딸을 데리고 가서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레베카는 급우였던 여학생들의 사이버 폭력과 신체적 위해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초 버려진 건물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사이버 왕따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근거 마련과 함께 가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이 가해 학생의 나이가 12세인데도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것도 학교폭력을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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