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셰프 시즌 10'서 우승…"입양은 흔한 일, 부끄러워 말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받아들여라. 입양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세상에서 입양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부끄러워하지 말라."

입양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니 당당히 밝히고 세상과 맞서라고 외치는 미국 입양 한인이 있다.

주인공은 지난 3월 미국 방송채널 '브라보 네트워크'의 요리 프로그램인 '톱 셰프 시즌 10'에서 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틴 키시(여·28) 씨.

그는 생후 4개월 만에 미국 미시간주 켄트우드에 입양돼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랜드밸리주립대 국제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그만두고 요리학교인 '시카고 르 코르동 블루'에 들어갔다.

'최고 요리사'가 되기 위해 졸업하자마자 보스턴으로 날아간 그는 고생 끝에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알려진 기 마르탱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센싱'의 수석조리장(셰프 드 파티) 자리에 올랐다.

이후 보스턴 최고의 레스토랑 그룹 소유주이자 셰프인 바버라 린치에게 발탁돼 레스토랑 '스터'의 주방장(셰프 드 쿠진)으로 도약했고, 린치의 추천으로 '톱 셰프'에 출전해 다른 요리사들을 제치고 최고 요리사가 됐다.

현재 린치가 운영하는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멘톤'에서 주방의 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식이 가미된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만들지만 한국 요리 잡채와 김치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고 현지 동포신문인 보스턴코리아가 전했다.

난생처음 한국 방문을 앞두고 들떠 있는 그는 16일 보스턴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면 며칠 동안은 여기저기 관광 삼아 둘러보고 싶다. 그런 다음 한국 문화에 푹 젖어보고 싶다. 내가 입양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경험해 보고 싶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성장하면서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정체성보다 자신의 출생을 알지 못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털어놓는 키시 씨는 "자신의 외모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부터 받아들이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당당히 살아왔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양부모님은 입양에 대해 열려 있었죠.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몰랐기에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나는 나 자신이고 한국계 미국인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같은 처지의 입양 한인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입양을 받아들이라"고 재삼 강조하고 조언한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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