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정치자금 받고 배기가스 규제안 무산시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의 자동차 업체인 BMW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고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의 자동차 업체인 BMW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고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베를린 AP·AFP·d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인 BMW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안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의회 웹사이트에 공개된 기록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은 지난 9일 BMW의 최대 주주 세 명으로부터 총 69만 유로(약 9억9천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는 올 한해 독일에서 정당 한 곳이 받은 단일 기부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기부금을 전달한 주주 세 명은 요한나 콴트와 그의 두 자녀인 주자네 클라텐, 슈테판 콴트 등 콴트 일가 구성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콴트 일가는 BMW 주식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부유 가문이다.

문제는 기부금 전달이 있고 나서 바로 며칠 뒤인 지난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환경장관 회의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당초 지난 6월 EU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을 2015년 1km당 135g에서 2020년까지 95g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회의에서 EU 환경장관들은 독일의 반대로 이 안의 시행을 일단 보류하고 수주 내에 수정안을 다시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의 시행을 2024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메르켈 측은 기부금과 배기가스 규제안 무산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기민당은 성명을 내고 "콴트 일가는 우리 당이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관계없이 여러 해 동안 사적으로 우리를 지원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인 독일 좌파당은 이 기부금이 메르켈 총리와 독일 자동차 업체가 '불편하게 가까운 관계'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이 업체가 (로비를 통해)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유도해왔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총선 이후 기민당과 연정을 추진 중인 녹색당 역시 "이번 일은 독일의 대외 이미지에 해가 될 수 있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독일이 배기가스 규제안을 무산시킨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독일이 자국 업체의 이익을 위해 규제안을 무산시켰다면서 "유럽의회는 독일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독일의 요구는 기후를 해치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늘리며 기술혁신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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