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당선해 한국인으론 나바리 첫 시의원이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내년 8월에 치러지는 일본 미에(三重)현 나바리(名張)시 의원 선거에 출마합니다. 꼭 당선해 한국과 일본의 우호 증진에 앞장설 것입니다."

18년 전 일본인 남편 미시마 노리카지(三島敎和·60) 씨를 만나 결혼해 나바리에서 사는 김미경(48·일본 이름 三島美京) 씨가 시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오사카와 나고야의 중간에 있는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 나바리 15구 가운데 우메가오카(梅丘)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여기저기서 공천해주겠다고 하지만 한 당(黨)에 치우쳐 하고 싶은 일을 못할까 봐 모두 거절했다. 나바리의 시의원은 20명이다.

김 씨는 지난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The-K호텔(구 서울교육문화회관) 열리는 세계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World-KIMWA) 주최의 제9회 국제결혼여성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World-KIMWA 이사로 활동하는 김 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시 퇴직 공무원, 교육자들이 오래전부터 시의원 출마를 권유해 올해 결심했다"며 "반드시 당선해 나바리의 한국인 첫 시의원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교육, 관광, 기업 유치, 복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들 미시마 고타(三島孝太·12)가 다니는 학교에서 5년간 육성회장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충효(忠孝)교육'을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다.

교사와 부모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이뤄지는 사회가 근본 있는 사회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아카메 국립공원과 온천 등 풍부한 천연 관광자원 등을 세계에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고, 한국과 일본 내 기업을 유치해 시의 유입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또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8년 일본의 노인복지사 자격증과 지적장애인 돌보미 자격증을 취득했다.

"만일 낙선하면 아들과 함께 미국 유학을 갈 것입니다. 아들이 세계적인 '암산왕'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당선하면 아들의 꿈은 일본에서 이루게 되고, 떨어지면 미국에서 이루게 됩니다. 이런 각오로 선거에 임하고 있어요."

사실 나바리에서는 김 씨보다 그의 아들이 더 유명하다. 고타 군은 6살 때 암산·주산 일본 챔피언에 올랐고, 2010년 한국 SBS TV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씨는 볼링과 인연이 많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8살 때 볼링을 시작했다. 친오빠인 김의영 현 두바이 국가대표팀 수석코치의 영향 때문이다.

볼링계에서는 '왼손잡이 김미경'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경남대를 중퇴하고 개인 선수로 등록해 운동했고, 대회에 나가 여러 차례 우승했다.

남편도 볼링장에서 만났다. 김 씨는 1995년 창원에 있는 캔버라 볼링장에서 영업과장으로 일했다.

당시 남편은 호시덴(星電)사 엔지니어로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근무했고, 직원들과 함께 회식이 끝나면 김 씨가 근무하는 영업장에 놀러 오곤 했다. 남편이 김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쫓아다녔고, 이듬해 둘은 결혼했다.

김 씨는 볼링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볼링장 10개를 개점하는 영업 수완도 발휘했다.

결혼과 함께 일본에 건너간 그는 일본 간사이 외국어전문학교에 입학해 일본어를 배웠다. 이어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立命館)대에 들어갔지만 아이를 유산하는 바람에 다시 학업을 접어야 했다.

고타 군을 기르면서 통역 일을 했다. 스포츠 전문 통역사로 10년 넘게 활동하는 그는 지난 2010년 미시마 통역사무소를 설립했다.

지난 6월에는 나바리시가 주관하는 한국어 교실에 강사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실용 한국어를 가르친다. 몇 해 전 SBS TV가 방영한 드라마 '가문의 영광'을 보면서 한국의 가족관계나 역사 등도 함께 가르친다.

"회화 위주로 한국어를 가르치니까 일본인들한테서 인기가 높아요. 수강생들을 '김치클럽'으로 묶어 친한파를 만들 것입니다. 실제로 경북 안동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어요. 그곳에는 한국의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잖아요."

지난달부터는 '볼링 저널' 특파원 겸 리포터로 명함을 새겨 뛰고 있다.

"저는 학교 입학식, 졸업식, 파티 등 모든 행사에 한복을 입고 나갑니다. 정장을 입고 오지 왜 한복을 입느냐고 수군거리기도 하죠. 그래도 굴하지 않고 한복을 입어요. 한복만큼 한국을 알리는 데 좋은 도구가 없거든요."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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