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서 방언 수집…"표준어 안 쓰면 부끄러운 풍토 없어져야"

울산방언사전 펴낸 신기상씨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방언사전을 집필한 신기상씨가 6일 울산박물관에서 울산방언사전을 소개하고 있다.  2013.10.6.      canto@yna.co.kr
울산방언사전 펴낸 신기상씨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방언사전을 집필한 신기상씨가 6일 울산박물관에서 울산방언사전을 소개하고 있다. 2013.10.6. canto@yna.co.kr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은 공업화 과정에서 많은 외지인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언어가 섞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언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6일 울산박물관 앞에서 만난 신기상(68·문학박사)씨는 순수한 울산 방언을 찾는 것이 사전 집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울산시의 의뢰로 그동안 수집한 방언을 사전으로 집필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950쪽에 달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인쇄 중이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출신의 신씨는 1963년 창천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할 당시 사투리를 사용하는 자신을 보고 제자들의 웃는 모습에서 사투리 연구를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 중반, 고향 울산을 찾아 방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공업화를 거치면서 울산지역에 외지인이 유입됐고, 순수 방언을 쓰는 토박이의 말투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1950년대까지 울산지역에서 쓰인 말이 순수 방언이라고 생각해 이 언어를 잘 구사하는 시골 사람들이 모이는 장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장터에서 오가는 말투를 녹음한 뒤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거쳤다.

울산방언사전에 실은 단어의 예문으로 당시 녹음했던 대화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울산 방언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저장단'에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어는 장단으로 같은 글자의 뜻이 구별되지만 울산 방언의 경우 '새(間)'는 높고 길게, '새(鳥)'는 낮고 길어서 같이 길게 읽어도 높고 낮음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는 것이다.

신씨는 이런 단어마다 고저장단을 일일이 기호로 표시해 사전을 만들었다.

"방언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사라져 가는 방언을 집대성한 것이 큰 보람입니다."

이렇게 말한 그는 "언어란 여름철 뭉게구름처럼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변하는 것인데 특정 시기의 언어를 정확히 채록하여 남기는 것은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고, 국어사적인 자료로도 중요하다"며 사전 편찬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부끄러워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언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말로 자신의 뜻과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면서도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방언을 사용하더라도 필요할 땐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하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달에 울산방언사전 2천 권을 발간해 전국 대학, 국립도서관, 공공도서관, 울산지역 학교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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